메뉴 닫기

여보! 정신 차리세요.

일단, 김정미 집사님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4년의 어느날, 새벽기도를 막 마칠 무렵, 김정미 집사님께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른 아침의 전화였기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긴장하여 전화를 받은 순간, “목사님, 제 차가 없어졌어요”라는 수화기 너머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콘도에 사셨던 집사님에게 배정된 주차장이 아니라, visitor주차 구역에 차를 세워 놓고, 깜빡 잊었다가 밤을 지내고 아침에 내려와 보니 차가 없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차장 벽에 붙은 견인회사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더니 역시나 차가 견인되었더군요. 견인회사에 가서 차를 픽업하여 무사히 집사님께 인도해 드리고는, 제가 그냥 지나칠 리 있습니까? 집사님께 한마디 했습니다. “집사님! 공돈 날렸습니다. 정신 바싹 차리세요”

그리고 두 해가 흘러 2016년 2월 12일, 똑같은 일이 제게 발생하고야 말았습니다. 며칠 감기 기운이 있어 약을 계속 먹는 중에, 정신이 멍해지는 경험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그 날 아침도 아내와 아이들을 센터 근처까지 라이드하고 집에 돌아와 일을 보다가 두어 시간이 지난 뒤, 나갈 일이 있어서 주차장에 나가보니 차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약기운 때문인지 아침에 라이드를 마치고 차를 어디에 세워 두었는지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주차장에 차가 없으니 길거리에 세워 두었나보다 하고 다시 밖으로 나가보았으나 역시 차가 없었습니다. 주차장을 아래 위로 왔다 갔다 반복하기를 몇 차례… 혹시 visitor 주차장에 세워두었나 하여 내려가 보았지만, 역시 차가 없었습니다. 순간 불안한 기운이 제 머리 속을 스치더군요.

2014년의 어느 날이 떠올랐습니다. 조심스럽게 주자장 벽에 붙은 견인회사에 전화를 걸어 확인한 순간, 너무도 밝은 목소리로 ‘네 차가 여기 있다’라고 말하는 직원의 응대에 허탈한 마음이 들더군요. 만만한 문사모님을 불러 견인회사로 가서 차를 찾아왔습니다. 물론 저 역시 ‘공돈’을 날리고서야 차를 찾아 올 수 있었지요.

다음 날 새벽기도를 오는 중에 아내가 제게 조용히 한마디를 하더군요. “여보! 정신차리세요”. 그런데 그 말이 제게 예사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주차할 때 잘하라는 말이 아니라, ‘여보! 혹시 마음이 해이해진 것 아니에요? 정신차리셔야 해요”라는 의미로 들리더군요. 잠시 속이 쓰리기는 하였지만, 이내 다시 마음을 다잡아 하나님께 조용히 기도하였습니다. “하나님이 그렇군요. 혹시 해이해진 부분이 있다면, 다시 추스리겠습니다. warning을 비교적(?) 싸게 먹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정미 집사님, 죄송합니다. 집사님께 그런 말씀을 드릴 처지가 아닌데, 제가 경솔했습니다. 2년이 지났지만,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저부터 먼저 정신 바싹 차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