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거(携擧;끌어서들다,rapture)에 대해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휴거라는 말은 간단히 설명하면, 예수님이 재림 하실 때에 이 땅의 기독교인들을 환난 전에 하늘로 이끄실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신학적으로는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지만(전통적인 종말 신앙에서는 환난 후에 들림이 있다는 것입니다), 목양편지를 작성하면서 ‘휴거’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하기에, 그 본래의 의미를 먼저 말씀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 한국의 초등학생들 사이에 이 ‘휴거’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제가 방금 설명한 의미로의 ‘휴거’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초등학생들 사이의 신조어로 ‘휴먼시아 거지’라는 말을 줄여서 사용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인터넷 위키백과에 찾아보니 ‘휴먼시아’의 뜻을 “휴먼시아(Humansia)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06년에 출범한 임대아파트 전문 브랜드이다.’라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휴먼시아’하면, 임대아파트를 통칭하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자기 반에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있으면, 그 친구들을 일컬어 ‘휴거’(휴먼시아에 사는 거지)라고 표현하는 동시에 차별과 무시함으로 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 임대아파트와 일반아파트가 붙어 있는 동네에서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일반아파트 놀이터에 들어와 놀지 못하도록 요구한 일반아파트 입주자들의 왜곡된 인식에 대해 다룬 기사를 접하다가 혀를 찬 기억이 있었는데, 금번에 또 신문기사를 통해 아이들이 사용한다는 ‘휴거’라는 단어의 의미를 보고는 머리가 멍해지는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두 신문 기사의 스토리가 하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모의 관점과 삶의 습관이 자녀들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임대아파트와 일반아파트,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집주인과 세입자라는 왜곡된 프레임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정해 놓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는 행위 그리고 그것이 자신들의 기득권이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극단적 이기심의 모습이라면, 결국 그런 부모의 모습은 그대로 자녀들에게 답습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휴거’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모르고 사용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 부모의 모습을 어렴풋이 상상해 보게 됩니다.
소외되고,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의 친구되신 예수님의 모습이 참으로 그리운 시대입니다.